홍명보 감독이 27일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 내 역대 감독들 이름을 새겨 놓은 곳에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에 진열된 트로피는 울산 구단이 창단 후 처음으로 공식 대회 정상에 오른 1986년 프로축구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다. [울산 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17년 만의 K리그 정상으로 이끈 홍명보(53) 감독은 선수, 코치, 사령탑, 행정가로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현장에서 치러본 축구인이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를 시작으로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 대회까지 4회 연속 국가대표 선수로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볐고, 은퇴 후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코치진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비록 대표팀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홍 감독은 현장에 있었다.
당시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던 홍 감독은 홍명보축구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남아공에 축구장을 기증하는 행사 참석차 월드컵 기간 현지를 방문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는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현장에서 대표팀을 지원했다.
홍 감독으로서는 1990년부터 2018년까지 28년 사이에 열린 여덟 번의 월드컵 현장에 빠지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홍 감독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홍 감독은 27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카타르 대회는 '소파에서 (TV로) 보는 첫 월드컵'이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시즌을 마친 울산 선수단은 휴식을 취하다 12월 초 소집돼 마무리 훈련을 하고서 새해를 맞을 예정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우리 시간으로 11월 24일 우루과이, 28일 가나, 12월 3일 포르투갈과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조별리그 기간은 울산 선수단의 휴식기다.
홍 감독은 "다른 사람들처럼 친구들과 모여서 보지는 못할 테고, 소파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며 볼런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여튼 처음으로 소파에서 보는 월드컵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마음마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세는 좀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과거 어느 대회 때보다 더 자신감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면서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에 도전하는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선전을 바랐다.
그는 "우리 대표팀을 구성하는 자원들을 볼 때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나폴리)를 비롯한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도 있다"면서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선수들 안에서는 굉장한 자신감이 있는 팀일 것"이라고 벤투호의 분위기를 예상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봤다.
홍 감독이 사령탑이었던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스물두 살의 나이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뒤 이제 세 번째 월드컵을 앞둔 손흥민에 대해서는 "자신의 노력으로 유망주에서 세계적 선수가 됐다.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서 아주 큰 자산이다"라고 평가했다.
선수 시절 대표팀 주장으로 월드컵도 치른 홍 감독은 현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에게 "부담감이 매우 클 텐데 지금도 잘해왔으니 주장의 무게는 조금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월드컵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애정이 어린 조언도 곁들였다.
'영원한 리베로'로 불리며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홍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고 세계 톱 팀에서 뛸 선수라 생각한다"면서 "현대 축구가 원하는 수비수로서의 모든 것들을 갖췄는데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 않나"라며 이미 자신을 뛰어넘은 역대 한국 최고의 수비수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