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다시 한번 공식 석상에서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를 두둔했다.
AFP통신, FIFA 홈페이지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월드컵은 카타르와 걸프 지역이 전 세계에 기존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면서 이 지역에 대한 편견을 없앨 기회"라고 말했다.
다음 달 20일 시작하는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진행되는 대회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월드컵은 벌써 중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 놓은 사람들 간 이해를 높이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이런 발언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에미르)가 공식 석상에서 자국을 향한 비판을 맹비난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알사니 군주는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에서 출석, 공개 연설을 통해 "카타르가 어느 월드컵 개최국도 당한 적 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비판들이 여러 사람이 진짜 동기를 의심케 할 정도로 지독한 이중잣대와 조작을 퍼뜨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이주 노동자를 가혹한 근로 환경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0년간 인도·파키스탄·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 6천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카타르가 동성애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에는 영국 인권운동가 피터 태챌이 카타르 국립박물관 앞에서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당국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현지 경찰의 제지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간 이런 비판에 맞서 인판티노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카타르를 옹호해왔다.
지난 6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이번 월드컵은 거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대회가 될 것"이라며 개최지로 선정된 2010년 이후 카타르가 인권 분야에서 여러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월드컵을 둘러싼 '노동 착취' 지적을 받고서 오히려 "노동을 통해 보람을 느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는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이 3명에 불과하다며 일부 언론이 보도한 사망 노동자 수는 실제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