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키움 임지열이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2.10.2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이 열린 27일 밤, 임주택(54) 한화 이글스 육성 파트장의 전화기에 갑자기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들 임지열(27·키움)이 가을야구에 한창일 때라 '뭐 하나 쳤나 보다' 싶었다던 임 파트장은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역전 대타 홈런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지열이가 주로 (대타로) 뒤에 나오니 원래는 중계 대신 기록만 보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쳐 정말 기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임지열은 올해 포스트시즌을 뜨겁게 달구는 '깜짝 스타'다.
2014년 프로에 입단해 2019년 늦깎이로 1군에 데뷔했고, 정규시즌에서는 4년 동안 단 1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은 kt wiz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홈런에 이어, LG와 PO 3차전에서는 7회 대타로 등장해 역전 결승 아치를 그렸다.
이제야 빛을 보는 아들에 대한 대견한 마음은 가득하지만, 정작 임 파트장은 "어제 경기 끝나고 그냥 연락 왔기에 '잘했다'고만 해줬다. 아들이 크니까 이제 (직접 칭찬하는 게) 쑥스럽다"고 했다.
대타 역전 홈런으로 PO 3차전 데일리 MVP에 뽑힌 임지열은 경기 후 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임 파트장도 "지열이가 (아버지를 생각하는) 속마음은 똑같을 거로 생각한다. 겉으로는 표현을 잘하지 못해도, 그렇게라도 아버지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임 파트장은 한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1999년의 우승 멤버다.
1991년 빙그레에서 데뷔한 그는 2002년까지 12시즌 통산 타율 0.249, 54홈런, 204타점을 올렸다.
현역 시절에는 왼손 투수에 강해 주로 대타로 활약하며 일발장타를 뽐낸 선수였다.
임지열은 "아버지가 우승한 이야기를 어릴 적 많이 들었다. 그때 한화도 슈퍼스타가 많지는 않은 대신,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우승했다고 들었다. 우리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에 임 파트장은 "1999년 한화는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투수가 좋았고, 외국인 타자 두 명(댄 로마이어, 제이 데이비스)의 전력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이희수 감독님의 자율야구가 팀에 잘 맞았다"면서 "저는 대타로 주로 나갔는데, 지열이도 오늘 PO 4차전만 잘하면 한국시리즈 올라가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임지열 역시 여느 '야구인 2세'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하고 직업으로 선택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키움 임지열이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달리고 있다. 2022.10.27 [email protected]
임 파트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야구를 시켰다. 처음에는 좌타자로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오른손 힘이 좋아서 우타자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임 파트장은 2002년 은퇴한 이후 줄곧 한화에서 스카우트로 활약했다.
선수 보는 눈은 '도사'에 가까운 아버지에게도 '야구선수 아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임 파트장은 "지열이는 성실하게 하는 모습이 최고 장점"이라며 "지금 집중력 있게 하는 모습이 고맙다. 하던 대로만 건강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칭찬했다.
아들 덕분에 모처럼 뿌듯한 가을을 보내는 임 파트장은 내년에는 한화와 키움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길 기대한다.
그는 "한화에도 좋은 선수가 많이 있다. 내년에는 아들 팀이랑 같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면 좋겠다. 저 역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