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키움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 '숨은 영웅'은 김태진(27)이다.
김태진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PO 2차전에서 2회 LG 선발 애덤 플럿코와 9구 대결 끝에 안타를 뽑아내 흔들어놓더니, 4회에는 파울 커트로 이우찬에게 12구나 던지게 했다.
결국 이우찬을 상대로는 투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며 키움 쪽으로 승기를 가져오는 데 힘을 보탰다.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PO 3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진은 "솔직히 (이)우찬이 형한테 너무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일부러 커트한다기보다는 실투가 들어오길 기다리다 보니 그렇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태진과 LG 투수들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24일 잠실 경기에서 김태진은 LG 불펜 투수 최동환과 10구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최동환은 김태진이 계속해서 파울로 커트하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고함을 쳤다.
김태진은 "최동환 형이 '너한테 화난 게 아니라 자기한테 화낸 거라고 오해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저도 '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씀드렸다"고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키움 김태진이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10.25 [email protected]
끝없는 파울 커트에 오히려 투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김태진의 동업자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진은 "가끔 포수가 '언제까지 파울 칠 거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저도 (앞으로) 친다고 치는 건데 파울이 된다'고 답한다"고 했다.
김태진의 파울 커트가 늘어날수록, 키움이 승리할 가능성은 커진다.
상대 투수의 체력까지 소모할 수 있기에 단기전에서 더 빛나는 능력이다.
하지만 김태진은 "투수를 괴롭힌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팀에 공헌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날 PO 3차전에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하는 그는 "오늘도 공격적으로 치려고 한다. 컨디션이 좋다면 커트도 더 하게 될 것"이라며 배트를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