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을 등에 업고 출범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한 미 당국의 조사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PGA 투어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미 법무부가 명문 골프클럽과 미국골프협회(USGA),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를 상대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중에는 매년 PGA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포함됐다고 WSJ은 전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PGA 소속 선수들에게 LIV 합류 시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고 LIV 시리즈 측이 주장했는데, 이와 관련한 조처로 보인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법무부 조사에 협조해 이미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오거스타 내셔널과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관련 언급을 거부했으나 USGA 대변인은 법무부 조사대상이 된 사실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올해 6월 출범한 LIV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PGA 소속 인기 스타들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미국 PGA와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가 양분해 온 세계 남자골프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PGA 투어는 올해 7월 영국에서 열린 LIV 시리즈 개막전에 출전한 소속 선수들에게 PGA가 주관하는 어떠한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는 중징계를 발표했다.
LIV 시리즈와 해당 선수들은 이런 조처가 시장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횡포이자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PGA는 '다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상 정당한 징계라고 주장한다.
PGA 투어는 이에 더해 소속 선수들의 규정 위반을 부추겼다며 LIV 시리즈를 상대로 맞소송을 내기도 했다.
PGA 투어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법정투쟁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WSJ은 PGA 투어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과연 실익이 있는지 의심스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미 의회에선 미 정부기관이 사우디를 돕는 셈이라면서 법무부의 조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미국 정부의 만류에도 이달초 산유국 협의체 'OPEC 플러스'(OPEC+) 회의에서 러시아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대폭의 감산을 주도했다.
사우디는 순전히 경제 논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미 정치권에선 사우디가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