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수원 삼성에 있다가 여름에 임대를 왔는데, 지금까지 한 경기 중에 제일 잘한 것 같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2 FC안양의 이우형 감독은 26일 K리그1 수원과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022 1차전을 마친 뒤 '임대생' 구대영(30)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했다.
안양은 이날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승강 PO 1차전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전력을 놓고 보면 한 수 아래로 꼽히지만, 안양은 오현규와 전진우, 안병준 등 수원의 공격진을 끈질긴 수비로 막아섰다.
공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슈팅 8개(유효 슛 4개)로 수원(슈팅 8개·유효 슛 2개)을 위협했다.
특히 안양의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구대영은 인상적인 활약으로 팀의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그는 아코스티와 함께 측면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오현규 등을 밀착 수비하며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교롭게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수원은 구대영의 친정팀이다.
2014년 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9년 수원으로 이적했고, 올해 7월 임대생 신분으로 안양에 돌아왔다.
수원을 상대로 투지를 불태운 구대영의 모습에 이우형 감독은 "임대 신분이기는 하지만, 안양의 승격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일부분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장면이 자주 나왔다"며 흡족해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에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못했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감독의 칭찬을 전해 들은 구대영은 "나도 올해 한 경기 중 (오늘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몸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는 "이것으로 안주하지 않고, 다음 경기는 더 준비를 잘해서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과 적으로 마주하는 심정은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승강 PO에서는 한 팀만 웃을 수 있는 만큼 물러설 곳은 없다.
구대영은 "경기 전 껄끄러울까 봐 (수원 선수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한 경기가 남았으니 수원도, 안양 선수들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원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은 경기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시즌 K리그1 도움왕에 빛나는 왼쪽 풀백 이기제를 경계 대상 1호로 꼽은 구대영은 "수원에서 (이)기제 형과 항상 같이 다녔다. 어떤 스타일을 가졌는지 알기 때문에 크로스를 올리지 못하게 견제했다. 사실 좀 힘들었다"면서도 "형이 워낙 특출난 선수라서 옆에 있는 (박)종현이에게도 계속 이야기를 해줬고, 이 부분에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아쉬운 건 홈에서 한 골이든 두 골이든 넣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양과 수원은 29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2차전을 치른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말에 구대영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일단 나는 안양 소속이기 때문에, 안양을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안양종합운동장과 다르게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는 웅장한 분위기가 있다. 안양에도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 많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 경험 없는 선수들을 잘 다독이면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