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은퇴 경기' 이호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난 행운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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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 은퇴 경기' 이호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난 행운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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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제주와 시즌 최종전서 교체로 6년여 만의 K리그 출전…선수 생활 마감

은퇴 기자회견 하는 이호 울산 현대 플레잉코치.
은퇴 기자회견 하는 이호 울산 현대 플레잉코치.

[울산 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프로축구 울산 현대에서 두 번의 K리그 우승을 함께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호(38) 플레잉코치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이호는 울산이 23일 홈구장인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치르는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22시즌 K리그1 마지막 경기에 앞서 마련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지난 20년간의 축구 인생 1막을 되돌아봤다.

이호는 이날로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울산 구단은 하프타임에 이호의 은퇴식을 열었다.

이호는 먼저 "사실 작년부터 은퇴하려고 생각했다"면서 "덤덤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감정적으로 변화가 있는 거 같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어찌 됐든 나는 행운아라 생각한다"면서 "20년 전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를 찍고,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떠날 수 있어 프로선수로서 해피엔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06 독일 월드컵과 2007년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등 A매치 26경기 경력을 지닌 수비형 미드필더다.

프로 선수로는 19세였던 2003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05년 울산이 K리그에서 1996년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할 때 힘을 보탰다.

2006년 러시아 제니트에 입단해 해외에 진출한 그는 2009년 성남 일화, 2010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과 일본 오미야를 거쳐 2011년 울산에 복귀했다.

그러고는 이른바 '철퇴 축구'를 구사하던 울산의 구심점으로 활약하며 2011년 리그컵,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5년 전북 현대로 팀을 옮긴 이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에서 뛰다 홍명보 감독이 새로 울산 지휘봉을 잡고 나서인 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홍 감독은 이호에게 플레잉코치 역할을 맡겼다. 이호는 올해 울산이 17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자리에 함께했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던 이호.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던 이호.

[울산 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호는 축구선수로 의미 있었던 순간 세 가지를 뽑아달라고 하자 "프로에 데뷔했던 날, 국가대표로 뽑혔던 순간, 그리고 아마 지금 이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에 대해서는 "제가 이곳에서 시작했고, 잠깐 떠나있을 때도 끈을 놓지 않은, 집 같은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호는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은 이 시간 이후에도 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울산에 왔을 때 내 역할이 있었고, 감독님과 구단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히 하자고 생각했다"면서 "스태프의 일원으로 우승을 지켜본 것은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하는 데 있어 큰 재산이자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는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한 작년에 은퇴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팀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런 말을 꺼낼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우리 팀 결과가 어찌 됐든 마무리를 지으려 생각했는데 공교롭게도 우승과 함께 은퇴할 수 있어 운이 좋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호는 걸그룹 출신의 아내 양은지 씨도 자신의 은퇴 결심을 존중해줬다면서 "내가 어떻게 힘들게 일했는지 안다. 아내의 지지로 마음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훌륭한 스승 밑에서 배우고 있는 저는 감독님처럼 되는 게 목표이고 꿈이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취재진으로부터 전해 들은 홍 감독은 "지금은 제 밑에서 기초를 다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독립해 지도자가 어떤 것인지 느낄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면서 "지도자는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대처하려면 많은 경험과 지식, 지혜가 필요하다. 지도자로서도 잘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은퇴 소감 밝히는 이호.
은퇴 소감 밝히는 이호.

[울산 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전까지 이호는 울산에서 총 아홉 시즌을 보내며 61경기에 출전해 5득점 8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전북에서 11경기에 출전한 이후로는 K리그에서 뛴 적은 없었다. 2016년 8월 14일 전북 소속으로 포항 스틸러스전에 뛴 것이 마지막이었다.

홍 감독은 이날 제주전 교체선수 명단에 이호를 넣었다. 그러고는 예고한 대로 전반 36분 김민준을 빼고 이호를 투입했다.

이호가 출전을 준비하자 수비수 김태환은 공을 밖으로 보내 '살아있는 레전드'의 입장을 준비했다.

이호는 교체돼 나오는 김민준과 포옹했고, 이청용은 자신이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이호에게 건넸다.

관중석에 있던 양은지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이호'를 연호했다.

은퇴식에서 울산 구단은 이호에게 감사패와 배번 35가 새겨진 유니폼 액자를 선물했다. 이 자리에는 2005년 울산의 K리그 우승 사령탑인 김정남 전 감독도 함께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이호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줬다.

이호는 후반 시작할 때 바코와 교체됐다. 이날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이호의 K리그 통산 성적은 270경기에 출전, 9골 13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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