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란 체육계 인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권을 박탈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개된 서한에 따르면 '이란의 축구·체육계 인사'를 자처한 이들은 FIFA에 "이란 축구협회의 자격을 즉각 정지하고 내달 20일 개막하는 월드컵에 이란 축구대표팀의 출전을 막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히잡 의문사' 이후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와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국민을 향한 이란의 적대감, 잔인성이 전환점에 이르렀다"며 "(이란을) 전 세계 축구·체육계에서 명백하게 확고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이 이란의 축구계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서한에서 이들은 "여성들은 이란 전역의 축구경기장에서 접근이 거부되고, 시스템적으로 축구 생태계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는 FIFA의 가치·규정에 전적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이란 축구협회가 이란 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다. 즉 협회는 독립적 조직으로 볼 수 없으며, 어떤 영향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는 FIFA 규정 19조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FIFA 규정 19조 위반으로 과거 쿠웨이트, 인도 축구협회의 자격이 정지된 바 있으며, 이란 축구협회도 과거 한 차례 이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란에서 여성의 축구장 출입이 공식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의 진입이 상당 부분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FIFA가 올해 초 이란에 '더 많은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이란의 일부 프로리그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됐다고 BBC는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에도 인권단체 '오픈스타디움'이 이란 축구계의 여성 배제를 비판하며 FIFA에 이란의 카타르 월드컵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란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B조에서 잉글랜드, 미국, 웨일스와 조별리그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