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타수마다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에서 이글 한 방은 버디 2개보다 값지다.
버디 1개는 2점이지만 이글 1개는 5점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에서 이글은 순위를 뒤흔드는 요술 방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김민선은 12일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7번 홀(파4)과 17번 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냈다.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곁들인 김민선은 17점을 쓸어 담아 중간 합계 35점으로 방신실을 1점 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김민선이 7번 홀과 17번 홀에서 이글이 아닌 버디로 홀아웃했다면 3라운드 점수는 11점에 불과해 선두는커녕 7위에 그쳤다.
이글의 위력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1, 2번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린 김민선은 3번 홀(파4) 보기를 4번 홀(파3) 버디로 만회하며 예사롭지 않은 샷 감각을 보였다.
7번 홀(파4)에서 김민선은 100m 거리에서 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을 홀에 꽂아 넣고 환호했다.
10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탠 김민선은 6개 홀 동안 파 행진을 이어가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지만 17번 홀(파5)에서 또 한 번 이글을 터트렸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뒤 14m 거리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파 4홀 이글도 처음이고, 하루에 이글 2개도 처음"이라는 김민선은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인데 처음에는 내게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과감하게 플레이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KLPGA 투어에 발을 디딘 김민선은 177㎝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시원시원한 스윙으로 주목받았다.
루키 시즌을 상금랭킹 33위, 신인왕 포인트 4위로 마친 김민선은 2년 차인 올해는 준우승 한번을 포함해 톱10에 네 번 진입하면서 상금랭킹 22위(3억6천54만원), 평균타수 23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다만 우승까지 이르는 고비를 넘지는 못했던 김민선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에서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김민선은 "내일도 같은 하루라고 생각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하겠다"면서 "이번 시즌에 꼭 한번은 우승하고 싶긴 하다. 지난 9일이 생일이었는데, 기운을 받아 우승까지 내달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작년 두산위브 챔피언십과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등 2차례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 경험이 있는 김민선은 "전보다는 덜 떨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선은 작년 이 대회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에서 이틀 연속 선두권을 지킨 장타 1위 방신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1라운드 공동 선두, 2라운드 2점 차 2위에 올랐던 방신실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7점을 추가해 김민선에게 1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다.
방신실은 익산 컨트리클럽에서 가장 쉬워 웬만한 선수는 대부분 버디를 뽑아냈고 이날 하루에만 김민선을 포함해 3명이 이글을 잡아낸 17번 홀에서 파에 그쳐 점수를 보태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전날 버디 10개를 잡아냈던 정윤지가 이날 9점을 보태 2점 차 3위(33점)로 올라섰다.
'익산의 딸' 박현경은 9점을 따 4위(32점)로 최종 라운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
익산에서 태어나 자란 박현경은 고향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익산 컨트리클럽 헤드 프로 출신인 부친 박세수 씨가 캐디를 맡고 있고 익산 컨트리클럽을 어떤 선수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첫날 공동 선두, 전날 단독 선두였던 2022년 이 대회 챔피언 이가영은 2점을 따내는 데 그쳐 김민별과 함께 공동 5위(31점)로 밀렸다.
윤이나는 11위(26점)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