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6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는 30개 구단 중 10개 팀이 출전한다.
리그별로 동·중·서부 지구 1위 팀들이 디비전시리즈에 자동 진출하고, 나머지 팀 중 상위 승률이 1·2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펼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없었던 지난해에는 포스트시즌에 16팀이 출전했다.
메이저리그는 정규리그를 팀당 162경기에서 60경기로 대폭 축소한 대신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확대했다.
메이저리그가 정규리그를 줄이면서 포스트시즌을 늘린 이유는 간명하다.
팬들이 좋아하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1901년부터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로 양대 리그로 운영된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을 점차 확대했다.
1901년부터 1968년까지는 양 리그 1위 팀만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해 최종 우승팀을 가렸다.
1969년에는 각 리그를 동부와 서부지구로 분리해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4팀으로 늘어났다.
1994년에는 리그를 동·중·서부 3개 지구로 쪼갠 뒤 와일드카드 1팀도 포함해 총 8팀이 가을야구를 펼쳤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는 지구 1위 팀을 제외한 상위 승률 1, 2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치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총 10팀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 일정이 헝클어지자 정규리그를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16개 팀으로 확대해 손실을 만회하고자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늘리는 스포츠는 메이저리그뿐만이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30개 팀 중 16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지난 시즌에는 무려 20개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또 32개 팀으로 운영되는 미국프로풋볼(NFL)은 12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다 지난 시즌에는 14개 팀이 출전했다.
역시 32개 팀으로 구성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도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16개 팀에서 지난 시즌 24개 팀으로 대폭 확대했다.
미국의 4대 스포츠가 포스트시즌을 점차 확대하는 이유는 앞서 밝혔듯이 명확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스포츠 리그인 KBO리그도 포스트시즌을 확대해 왔다.
1982년 출범 당시 한국시리즈만 치렀던 KBO리그는 1986년 플레이오프를 도입했고, 1989년에는 준플레이오프까지 개최해 포스트시즌을 3라운드로 늘렸다.
3라운드 포스트시즌은 오랜 기간 운영되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하면서 4라운드로 확대됐다.
그런데 올해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4라운드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경기 수가 축소된다.
KBO는 도쿄올림픽 기간인 지난 7월 27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후반기 연장전을 폐지하고 5전 3승제인 플레이오프를 3전 2승제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KBO가 시즌 중에 리그 운영방안을 변경한 것은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전반기 막판 리그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반대 목소리도 높았지만, 확진자 및 밀접 접촉 선수를 제외하고 리그 강행 시 특정 팀에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10개 구단은 리그 중단에 합의한 것이다.
그 대가로 후반기 연장전을 폐지하면서 무승부 경기가 속출하고 있고 '가을 축제'로 불리는 포스트시즌마저 축소했다.
5전 3승제 또는 7전 4승제로 열렸던 플레이오프가 3전 2승제로 축소된 것은 36년 만에 처음이다.
메이저리그는 흥행을 위해 정규리그를 포기하고 포스트시즌을 확대했는데 KBO리그는 상대 팀 성적을 견제하느라 흥행을 포기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KBO리그가 현재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한다.
선수들의 잇단 일탈 행위와 국제대회에서 부진 등으로 인해 팬들의 원성이 높다.
그런데도 구단 수뇌부들은 팬들을 위로하고 분위기를 돋을 수 있는 흥행은 뒷전이고 오로지 팀 성적에만 목숨 걸고 있다.
마치 대학 진학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4강 진출에 목을 매는 고교야구팀처럼 운영하는 KBO리그가 과연 프로스포츠인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