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올해 초 많은 야구인은 한화 이글스의 2021시즌 성적을 걱정했다.
리빌딩을 위해 주축 선수 대다수를 내보낸 한화가 프로야구 최악의 승률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던 한화는 지난해 강한 쇄신책을 펼쳤다.
주장 이용규(현 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주축 내야수 송광민, 김회성, 외야수 최진행, 양성우를 다수의 30대 베테랑 선수를 줄줄이 방출했다.
마운드에선 안영명(현 kt wiz), 윤규진이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간판타자 김태균은 은퇴했고, '마당쇠' 송창식도 유니폼을 벗었다. 핵심 불펜 박상원은 입대해 전력에서 빠졌다.
코치진도 모조리 교체했다. 한화는 구단 최초로 외국인 지도자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계약했고, 대럴 케네디 수석 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 조니 워싱턴 타격 코치 등 주요 보직에 모두 외국인 지도자를 앉혔다.
반면 외부 영입은 없었다. 한화는 빈약한 외야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정수빈(두산 베어스)을 영입하려 했지만, 실탄 싸움에서 밀려 빈손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백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두려워하진 않았다.
오히려 2021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았다.
팀 슬로건을 'THIS IS OUR WAY(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라고 정하고 팀 역사상 최다 패배를 기록해도 좋다는 각오로 싸웠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예상대로 한화는 최하위를 기록 중이지만, 압도적인 꼴찌는 아니다.
9위 KIA 타이거즈를 두 경기 차로 쫓으며 탈꼴찌를 노리고 있다.
아울러 의미 있는 팀 성적도 거뒀다.
한화는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서 9회말에 터진 노시환의 역전 희생플라이로 4-3 역전승을 거두면서 47승(72패 10무)째를 마크했다.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성적이지만, 한화엔 작지 않은 의미를 띈다.
한화는 이 승리로 기존 주축선수들이 기록했던 지난 시즌 승수(46승)를 뛰어넘었다.
수베로 감독은 단순한 승수보다 선수 개개인의 성장세가 더 의미 있다며 올 시즌을 돌이켜봤다.
수베로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의 성적을 보면 한화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타율 0.248, 출루율 0.362에 그쳤던 주전 2루수 정은원(21)은 올 시즌 타율 0.280, 출루율 0.405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톱타자로 성장했다.
그는 볼넷 98개를 기록하며 5년 만에 KBO리그 한 시즌 100볼넷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팀의 중심이 된 주전 유격수 하주석(27)도 타율 0.277, 9홈런, 60타점, 22도루를 기록 중이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서 타격과 장타력, 주력을 모두 뽐내고 있다.
3년 차 내야수 노시환(21)은 타율 0.279, 18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김태균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마운드에선 김민우(26)가 2015년 안영명 이후 6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고, 강재민(24)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성장했다.
수베로 감독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수베로 감독은 "올해는 선수들의 성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즌"이라면서도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올 시즌을 마친 뒤엔 완벽하게 메울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