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서류를 위조해 미국프로농구(NBA) 리그에서 제공하는 건강복지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전직 선수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7일(현지시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혐의로 전 NBA 선수 18명 등을 의료 사기와 금융 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전직 선수 18명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390만 달러(약 46억4천만원) 상당의 의료비를 허위로 청구해 총 250만 달러(약 29억8천만원)를 실제 환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보험 사기 사건의 주범은 지난 2009년 NBA 드래프트에서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에 1라운드 11순위로 지명된 테런스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2017년 11월 척추지압 치료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1만9천 달러(약 2천262만원)의 비용을 청구한 뒤 7천672달러(약 913만원)를 환급받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후 그는 동료 선수들을 끌어들여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소견서와 진료비 청구서 등을 위조해주고 그 대가로 환급된 보험료 중 23만 달러(약 2억7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6차례 NBA '올 디펜시브 팀'에 뽑힌 토니 앨런, 2008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윌리엄스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글렌 데이비스, 브루클린 고교 시절 유명 스타였던 서배스천 텔페어, 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코치인 밀트 팔라시오 등이 사기 사건에 가담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검찰이 가짜 청구서들을 분석한 결과 앨런, 데이비스와 또 다른 전 NBA 선수 토니 로튼은 모두 같은 날 똑같은 6개의 치아에 크라운 치료를 받았다며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데이비스가 베벌리힐스의 한 치과에서 8개의 치아에 대한 크라운 치료를 받았다고 청구한 날 실제로는 네바다주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소된 피고인 중 모두 16명이 이날 오전 현재 구속된 상태라고 AP가 보도했다.
이번 사건에 이름을 올린 전직 선수들은 대부분 스타급이나 한 팀의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여러 차례 팀을 옮긴 '저니맨'들이다.
두 자릿수의 통산 평균 득점을 기록한 피고인은 로튼과 루벤 패터슨, 대리어스 마일스 등 3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