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 1·2위 맞대결에서 선두 김천상무와 비기며 우승 경쟁을 이어간 FC안양의 이우형 감독은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내주지 않은 것에 의미를 두며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 감독은 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과의 K리그2 33라운드 홈 경기를 2-2로 마치고 "승점 1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내 승점 3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홈에서 김천의 승격 세리머니를 막았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양은 이날 김천에 전반 두 골을 내주고 끌려다니다 후반 아코스티의 멀티 골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김천의 우승 결정전이 될 수 있던 경기를 극적 무승부로 마치며 잔칫상을 펼치지 못하게 저지해 소득이 있는 한 판이었다.
김천은 주축인 국가대표 선수 4명이 빠진 가운데 이날 말년 병장들을 대거 투입했는데, 전역 전 마지막 경기에 나선 이들의 남다른 파이팅에 안양은 전반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며 균형을 맞췄다.
이우형 감독은 "전반에 기 싸움에 완전히 눌려서 말 한마디 못 하는 것을 보고 하프 타임에 혼을 냈다. '상대 선수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홈인 것처럼 파이팅을 보이는데, 너희들은 대체 뭐 하는 거냐'고 다그쳤다"고 반전의 계기를 전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져도 좋으니 후반엔 물러서지 말고, 단순한 공격 작업으로 뒷공간을 노리고 기동력과 점유율을 높이라고 주문했다"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고 설명했다.
3경기를 남기고 승점 8 차이로 여전히 추격은 버겁지만, 이 감독은 일단 최대한 승점을 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천의 승부가 어떻게 나든 우리가 이겨야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일단 나머지 3경기 총력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코스티가 아직 부상 후유증으로 지난해 같은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다행히 오늘 풀타임을 뛰며 득점해 남은 경기 공격 옵션에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김경중도 살아나고 있어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감독은 전반 19분 선제골을 넣고 격정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던 김천 공격수 박동진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 선수 전 소속이 어디죠? FC서울이죠? 거기까지만 하겠습니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양과 서울은 과거 연고지 이전을 둘러싼 악연으로 얽힌 팀들이다. 박동진은 원래 서울 소속으로,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전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