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는 7회초 1사까지, kt wiz 타선에 볼넷 10개를 허용했다.
김태형 감독의 한숨을 부른 볼넷 행진이 멈춘 건, 김명신(28)이 등판한 뒤였다.
김명신은 1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의 홈경기, 1-1 동점이 된 7회초 1사 만루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볼넷과 안타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5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삼진은 4개나 잡았다.
7회 위기를 넘긴 상황이 이날 호투의 백미였다.
두산은 1-0으로 앞선 7회초 1사 2루에서 이영하가 볼넷 3개를 연거푸 허용해 밀어내기 점수를 내주고, 다시 1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두산 선발 곽빈은 5⅓이닝 동안 볼넷 7개를 내주고도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지만, 이영하에게까지 행운이 이어지지 않았다.
김명신은 달랐다.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김명신은 올해 KBO리그 최고령 타자 유한준과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승부를 펼치다, 9구째 시속 137㎞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경기 뒤 만난 김명신은 "유한준 선배는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장타를 맞으면 2점 이상 내줄 수 있어서, 코너워크를 신경 썼다"고 말했다.
김명신은 곽빈과 이영하처럼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은 던지지 못했지만, 코너워크에 신경 써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췄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도 김명신은 대타 장성우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장성우는 공 4개로 돌려세웠다.
김명신은 선발 곽빈과 두 번째 투수 이영하가 볼넷을 남발한 상황을 무덤덤하게 지켜봤다. 그는 "아직 나 하나 챙기는 것도 힘들어서"라며 씩 웃었다.
그러나 이날 두산을 구한 투수는 김명신이었다.
두산 타선이 7회말 3점을 뽑아, 김명신은 올 시즌 3승(1패 2홀드)째를 챙겼다. 이날 두산은 kt를 4-1로 꺾었다.
김명신은 늘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많은 두산 팬들이 김명신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2017년 2차 2라운드에 두산 지명을 받은 김명신은 데뷔 첫해부터 1군 마운드에 섰다. 그러나 그해 4월 25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아 수술대에 오르는 불행을 겪었다.
김명신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2017년 7월 말 마운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2018년 시즌 개막을 기다리다가 팔꿈치 통증을 느꼈고, 수술을 받았다.
김명신은 묵묵히 고통의 터널을 통과했다.
2018년 7월 입대한 김명신은 2020년 7월 두산 1군 투수로 복귀했다.
올해에는 전천후 투수로 뛰며 49경기 3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08(57⅓이닝 61피안타 31실점 26자책)로 활약 중이다.
승리, 세이브, 홀드를 올릴 기회는 많지 않다.
그는 "아무래도 개인 기록이 좋으면 (선수 기록이 나오는) 전광판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은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상황에 만족한다. 단계를 밟고 올라가서, 점점 더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신은 1년 뒤, 2년 뒤를 바라보면서도 '포스트시즌 출전'은 올해 꼭 달성하고 싶어한다.
김명신은 신인이던 2017년 포스트시즌에 등판했다. 2018, 2019, 2020년에도 두산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김명신은 복무 중이거나,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김명신은 "2019년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군 복무 중에 TV로 봤다. 올해에는 나도 한국시리즈에 등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2일 경기 뒤 "김명신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감 있는 투구로 상대 타선을 막았다"고 칭찬했다.
4위를 달리는 두산이 순위를 지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김명신에게 등판 기회가 올 가능성은 무척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