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한공 토미 틸리카이넨, 우리카드 신영철, OK금융그룹 석진욱, 현대캐피탈 최태웅, 한국전력 장병철, KB손해보험 후인정,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2021.10.13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좀더잘하자", "OK우승읏", "다시봄배구", "조심해야지"
13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미디어데이에 나온 남자 7개 팀 사령탑들의 다섯 자로 된 출사표다.
글자는 다섯 자로 짧았지만 오는 16일 개막해 6개월 대장정에 들어가는 정규리그에 대한 각오와 결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즌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우리카드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선수 이탈이 많지 않아 지난 시즌 준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고, 신영철 감독이 4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무르익은 조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위 도약을 꿈꾸는 우리카드의 신 감독은 이를 강조하듯 "좀더잘하자"를 내세웠다.
신 감독은 "몇몇 선수는 2% 정도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며 "지난 시즌보다 재미있고 스피드 있는 배구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를 영입한 OK금융그룹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석진욱 감독은 "OK우승읏"을 내세웠다. 영어 'OK'를 왼쪽으로 돌리면 '읏'이 된다. 레오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석 감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레오를 뽑아서 선수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며 "돌아보면 후반기 때마다 체력이 문제가 됐는데, 이번 비시즌에는 그 문제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열망을 드러낸 사령탑도 여럿이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다시봄배구",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봄배구가자"는 말도 각오를 밝혔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군 복무를 마친 서재덕이 돌아온 한국전력의 장병철 감독은 "한전준비끝"을 외쳤다.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상대 팀들에 얕보지 말라는 뜻으로 "조심해야지"라고 경고했다.
현대캐피탈은 대체 외국인 선수 로날드 히메네즈(콜롬비아)가 지난주 훈련을 하다 대퇴근을 다쳤다.
당장 외국인 선수 없이 개막을 맞아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지만 최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국내 선수들의 힘을 보여주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조심해야지'라는 말은 다른 팀을 향해서 한 것"이라며 "시즌 초반에는 힘들겠지만,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인 대한항공은 핀란드 출신의 역대 최연소 지도자인 토미 틸리카이넨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택하며 변화를 꾀했다.
주포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터라 틸리카이넨 감독의 지도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슬로건은 간결했다. '더 빠르게, 더 스마트하게'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승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특별히 부담이 더 큰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시즌 기간이 20주 정도 됐다.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배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우리의 경기를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남자부 사령탑들이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한 선수는 V리그 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레오였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물론,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도 "아무래도 레오가 가장 막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대로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레오와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노우모리 케이타(KB손해보험)를 꼽았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 역시 "케이타가 작년보다 더 좋아진 부분이 많다"며 "올해 많은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경계 대상으로 선수가 아닌 틸리카이넨 감독을 지명해 눈길을 끌었다.
신 감독은 "감독의 전술 전략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며 "대한항공에서 가장 궁금한 건 감독"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