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울산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승리가 확정되자 강상우(위) 등 포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1.10.20 [email protected]
(전주=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120분 연장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12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오른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는 이제 정상까지 하나의 관문만을 남겨뒀다.
포항은 내달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힐랄(사우디)과 우승을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알힐랄은 한국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장현수가 속한 팀이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ACL 4강전에서 포항은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이겨 결승에 올랐다.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무려 12년 만의 결승행이다.
ACL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서는 두 차례(1997·1998년) 우승한 적이 있지만, 2002-2003시즌 출범한 ACL에서는 김기동 포항 감독이 선수로 뛰던 2009년이 유일한 우승이다.
물론 울산도 이동준 등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지만, 포항도 4강에서 일부 주전 선수들의 빈자리를 잘 메워 줬다.
송민규, 일류첸코(이상 전북), 팔로세비치(서울) 등 핵심 전력들이 올 시즌 이적하면서 전력이 약화했다는 건 꾸준히 나온 지적이다.
여기에 신진호와 고영준이 경고 누적으로 이날 출전하지 못했고, 최근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주전 골키퍼 강현무도 함께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고영준과 신진호 대신 크베시치와 이수빈을 기용했고, 왼쪽 풀백 강상우를 공격에 가담시켜 울산에 맞섰다. 그리고 이 전략이 통했다.
경기 뒤 김 감독은 "빌드업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를 준 게 효과적이었다"며 강상우와 이수빈 등의 움직임을 칭찬했다.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울산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승리가 확정되자 포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1.10.20 [email protected]
골문을 지킨 '신예' 골키퍼 이준도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했다.
후반 7분 상대의 슛을 제대로 쳐내지 못해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후로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부차기에서의 외로운 싸움도 잘 견뎌냈다.
강현무가 시즌 아웃된 만큼 당분간 포항의 골문은 이준 또는 조성훈이 지켜야 하는데, 이준이 큰 경기를 치르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아가는 건 긍정적이다.
김 감독도 "준이가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사실 지난 경기에서 부상이 있었는데, 티 안 내고 참으면서 오늘 경기를 잘 끝내 줬다. 이런 경기들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고 기특해했다.
다만 포항은 후반 23분 울산 원두재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쉽게 경기를 끌고 가지는 못했다.
결승에서 만날 알힐랄은 사우디의 강호다.
ACL 준우승을 차지한 2017년부터 최근 5년 사이 세 번이나 대회 결승에 진출했고, 2019년엔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 리그와 잉글랜드 스완지시티 등을 거친 공격수 바페팀비 고미스를 보유하고 있다. 고미스는 이번 대회에서 6골을 기록 중이다.
포항은 더 단단하게 무장하고 사우디 원정을 떠나야 한다.
김 감독은 결승을 앞두고 '세밀함'을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력은 나쁘지 않은데 세밀함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볼을 가졌을 때 좋은 장면이 나왔다가도 실수로 소유권을 넘겨주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며 "세밀한 부분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포항이 울산에 승부차기에서 이기자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1.10.20 [email protected]
더불어 그라운드 안팎에서 베테랑들의 역할을 기대한다.
"나는 별로 하는 게 없다"는 김 감독은 "오범석과 신진호, 임상협, 신광훈 등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가니 나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입장이다. 포항이 이전부터 가진 역사와 문화, 분위기를 후배들에게 잘 인지시키며 팀을 단단하게 이끌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별리그 시작 전 16강이 목표라던 포항은 어느새 우승의 문턱까지 올라섰다.
김 감독은 "한국 클럽을 대표해서 나가는 결승전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리고 싶다"며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포항은 준우승 이상을 확정하면서 거액의 상금도 챙기게 됐다.
대회 준우승팀은 200만달러(약 23억5천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앞서 조별리그부터 쌓은 승리 수당 등 77만달러(약 9억500만원)를 포함해 포항은 이미 32억원이 넘는 돈을 확보했다.
ACL 우승팀은 상금 400만달러(약 47억120만원)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