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21일부터 나흘 동안 부산 LPGA 인터내셔널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84명은 대회 개막 사흘 전인 18일부터 사실상 격리됐다.
선수와 캐디들이 묵는 호텔에서는 방에만 머물러야 한다. 심지어 호텔 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 자동차에도 다녀올 수 없다.
같은 호텔에 투숙한 선수끼리 접촉도 금지다.
호텔과 대회장을 오갈 때는 대회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차량만 이용한다.
대회장 등에서 선수, 캐디는 외부인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어쩌다 마주치는 골프장 직원 등은 반드시 5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공식 기자회견도 취재 기자와 대면하지 않고 화상으로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불편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고 따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회를 하루 앞둔 20일 대회 주최 측은 프로암 대회를 강행했다.
주요 선수들은 아마추어 참가자들과 함께 18홀 골프를 쳤다. 선수 1명이 4명의 아마추어 참가자와 동행했다.
'방역 지침'은 프로암 대회에서도 있긴 했다.
아마추어 참가자는 카트를 이용했고, 선수는 걸어서 경기했다. 티박스도 따로 사용했고, 그린에도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도록 했다.
선수와 아마추어 참가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5m 거리 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마추어 참가자들은 선수에게 다가가서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고 레슨까지 받았다.
많은 아마추어 참가자들은 SNS에 프로암 대회 때 선수와 찍은 사진이나 받은 사인 등을 올리고 자랑했다.
선수와 캐디들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요구한 방역 지침은 프로암 대회에서는 해제된 셈이다.
한 선수는 "사진을 찍자, 사인을 해달라, 레슨을 해달라는 아마추어 참가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 불편을 감수하고 격리 생활을 하는데 프로암에 나가보고 '이제 뭔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프로암 대회를 이렇게 할 거라면 뭣 때문에 호텔 방에 갇혀 지내야 하나 싶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수들은 대회가 끝나는 24일까지 격리 생활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