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여자축구 골키퍼 윤영글(34·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이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1위 미국의 위력적인 슈팅을 전부 막아내며 우리나라의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FIFA 랭킹 18위 한국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국과 친선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우리나라는 이날 전체적으로 수세에 몰렸으나 고비마다 윤영글의 선방에 힘입어 무실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통계를 보면 공격 점유율이 미국 68%, 한국은 32%였고 슈팅 수는 미국이 19-8로 압도했다.
특히 공이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미국이 8-1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전반 13분 린지 호런의 왼발 중거리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전반 19분에는 윤영글이 호런의 헤딩슛을 막아냈다.
또 20분과 27분에는 알렉스 모건, 메건 러피노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슈팅이 모두 윤영글에게 막혔다.
미국은 후반 들어 이번 한국과 2연전을 끝으로 은퇴하는 칼리 로이드까지 투입, 공세 수위를 높였으나 끝내 한국 골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로이드가 후반 31분 골 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왼발 슛을 윤영글이 감각적으로 발로 쳐낸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미국 대표팀의 블라트코 안도노프스키 감독은 경기 후 "오늘 상대 골키퍼가 한국에서 제일 좋은 활약을 펼쳤다"며 "한국에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우리에게는 그 반대였다"고 평가했다.
안도노프스키 감독은 "오늘 그 선수는 훌륭한 슛을 몇 차례 막아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에서 같은 골키퍼인 김정미(37·인천현대제철)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윤영글은 2019년 2월 무릎 수술을 받고 그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한 선수다.
2020년 2월 미얀마와 도쿄올림픽 예선 경기부터 최근 5경기 연속 대표팀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앞서 네 경기는 미얀마,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상대로 했지만 이날 미국전은 달랐다.
미국은 최근 홈 경기 22연승 중이었고, 그 22연승 과정에서 무려 91골을 터뜨린 세계 최강이지만 윤영글의 몸을 날린 선방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홈 23연승 도전을 막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3월 A매치에 데뷔한 윤영글은 이날 경기가 자신의 21번째 A매치였다.
2019년 부상 때문에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던 그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키퍼로서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렸다"며 "그동안 꿈꾸던 것들이 오늘 현실로 일어났다"며 울먹였다.
윤영글은 "후반에 발로 막아낸 장면이 가장 뿌듯했다"고 돌아보며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끝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7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리는 미국과 2차전에 대해서는 "또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잘 준비해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