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10개 구단은 끝물에 이르면 1승의 간절함을 절감한다.
시즌 초·중반에는 별것 아니던 1승이 꼭 결승선 코앞에서는 10연승만큼의 무게를 지닌다.
1위 삼성 라이온즈와 2위 kt wiz가 27일 나란히 패하지 않고 어느 한 팀은 이기고, 어느 한 팀은 졌다면 선두 다툼의 향배는 이긴 팀 쪽으로 급격하게 쏠렸을 터다.
kt는 28일 NC 다이노스와 올해 명운을 건 더블헤더를 치른다. 둘 다 잡으면 1위를 탈환하지만, 1승 1패를 하면 여전히 삼성에 승률에서 밀린다.
그만큼 역전 1위를 기대하는 kt나 실낱같은 5위에 사력을 다하는 NC 두 팀에 모두 필요한 건 우선 더블헤더 1차전 승리다.
앞서가는 삼성이 1승을 추가하면 뒤집어야 하는 kt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지금 이때 1승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
프로야구 팬이라면 이맘때 1승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정규리그 막판 1무를 포함해 19연승을 질주하고 80승 6무 47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무승부를 경기 수에서 제외하는 지금의 승률 계산법으로는 승률 0.630을 올렸다.
하지만 그해 승률 계산법은 무승부를 패배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SK는 승률 0.602에 그쳤다.
SK의 맹추격에 쫓기던 KIA 타이거즈는 81승 4무 48패, 당시 승률로는 0.609를 찍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지금 승률 방식이라면 SK보다 0.002가 낮았는데도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SK보다 1승을 더한 덕분이었다.
2014년 삼성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1, 2위도 1승으로 갈렸다.
삼성은 팀당 128경기를 치른 그해에 78승 3무 47패(승률 0.624)를 거둬 78승 2무 48패(승률 0.619)를 올린 넥센을 승률 0.005 차로 따돌렸다.
넥센이 시즌 막판에 이르기 전 삼성보다 1승을 앞섰다면 승률을 뒤집을 수 있었지만, 삼성은 그 틈을 주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와 SK가 정규리그 마지막 날 88승 1무 55패, 승률 0.615로 정확하게 동률을 이룬 2019년도 1승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
당시 리그 규정은 1위 팀이 동률을 이루면 시즌 상대 전적으로 한국시리즈 직행팀을 가리도록 했다.
SK가 타격 침체로 고전하는 사이 9경기 차를 뒤집은 두산은 시즌 상대 전적에서 9승 7패로 SK를 리드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다소 억울하게 1위를 내준 SK의 사례를 고려해 KBO 사무국과 프로 10개 구단은 2020년부터 두 팀이 동률로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면 1위 결정전을 따로 치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