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중국 프로축구 허베이FC가 모기업 경영난에 해체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26일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허베이 구단이 업무를 중단하고 휴업에 들어간다는 내용이 담긴 구단 공문의 캡처본과 함께 허베이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날 정오께 중국 축구 전문지 '족구보'의 리쉬안 기자는 "허베이 공문 캡처본은 진짜가 맞다"면서 "이 구단이 휴업에 들어간 것은 당분간 경기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구단 지분구조 개선 작업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베이의 모기업은 부동산업체 화샤싱푸다. 화샤싱푸는 한때 허베이에 연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던 든든한 물주였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불어닥친 유동성 위기를 화샤싱푸도 피해 가지 못했다.
올 초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4일까지 화샤싱푸가 상환하지 못한 원리금은 무려 878억9천만 위안(약 16조2천억원)에 달한다.
재정난에 빠진 허베이는 선수들의 입금과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이달 중순 다롄에서 열린 중국축구협회 CFA컵 경기를 치르는 비용을 구단 임직원들 돈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허베이는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종부 감독은 허베이를 '상위 스플릿'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CSL)는 K리그의 스플릿 리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16개 팀이 두 조로 나뉘어 전반기 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4개 팀씩 총 8개 팀이 후반기 챔피언십 리그에서 우승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팀들을 가린다.
각 조 하위 4개 팀씩 8개 팀은 강등 리그에서 경쟁한다.
재정난에 어렵게 시즌을 시작한 허베이는 김 감독의 지휘 아래 B조 4위를 해 K리그의 파이널A에 해당하는 챔피언십리그에 진출했다.
그러나 허베이는 12월 시작하는 챔피언십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이는 김 감독과 허베이 팬들은 물론, 중국 축구계 전체에도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CSL에서는 모기업 경영난으로 구단 존립이 흔들리거나 아예 해체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CSL 챔피언에 오른 장쑤 쑤닝은 지난 2월 모기업인 유통업체 쑤닝그룹이 투자 중단을 선언하면서 하루아침에 해체됐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동아시아 갑부 구단'으로 명성을 높이던 광저우 헝다는 최근 재정난에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광저우의 모기업은 유동성 위기 사태의 중심에 있는 헝다 그룹이다.
리쉬안 기자는 "허베이처럼 좋은 성적을 낸 팀이 사라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중국 축구는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적었다.
한편, 김 감독은 전반기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해 국내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