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교사 모인 체코 야구대표팀 "신선한 충격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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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교사 모인 체코 야구대표팀 "신선한 충격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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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불모지에서 WBC 본선 진출 쾌거…대부분이 진짜 직업 따로 있는 아마추어

WBC 본선에 진출한 체코 대표팀
WBC 본선에 진출한 체코 대표팀

[체코 야구대표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루카시 에르콜리(27)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체코 언론사의 홍보 직원으로 일한다.

하지만, 퇴근 후에는 체코 야구대표팀 투수로 '변신'한다.

최근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투타겸업 신드롬을 일으킨 오타니 쇼헤이(29·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공략법에 몰두했고, 결론도 내렸다.

그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일본 대표로 뛰는 오타니가 3월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체코와의 1라운드 B조 경기에 출전하고, 자신이 마운드에 선 상황을 가정했다.

"일단 몸쪽 직구를 던지겠다. 오타니가 홈런을 칠 수도, 못 칠 수도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슬라이더로 삼진을 노리겠다. 몸쪽 직구에 놀란 오타니가 발을 뒤로 빼면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질 생각이다. 내 계획이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 달라."

에르콜리는 청소년 대표 시절 국제대회에서 오타니와 만났고, 2루타와 볼넷을 내줬다.

이후 둘의 실력 차는 더 벌어졌다.

에르콜리는 '아마추어'고, 오타니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에 오른 세계 최정상급 프로 선수다.

하지만, 에르콜리는 오타니를 삼진 처리하는 꿈을 꾼다.

2023 WBC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꿈을 이룰 기회도 얻었다.

MLB닷컴은 2일(한국시간) 체코 대표팀을 소개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훈련하는 체코 대표팀
훈련하는 체코 대표팀

[체코 야구대표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눈에 띄는 건, 체코 선수들의 '진짜 직업'이다.

MLB닷컴은 "체코 선수들은 대부분 진짜 직업이 있다"고 전했다.

내야수 마르틴 체르벤카는 외판원, 지명타자 페트르 지마는 애널리스트, 외야수 아르노슈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 투수 마레크 미나르지크는 부동산 중개인, 대표팀 에이스 마르틴 슈나이더는 소방관으로 일한다.

체코 대표팀을 이끄는 파벨 하딤 감독의 진짜 직업도 의사(신경과 전문의)다.

체르벤카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집으로 가 저녁을 먹고, 오후 8시 또는 8시 30분에 훈련을 시작해 오후 10시 반 또는 11시까지 훈련한다"고 직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고된 일과를 소개했다.

소방관이 슈나이더는 24시간 근무를 한 뒤, 48시간 동안 쉬는 데 그 사이에 훈련을 한다.

에르콜리는 "나는 체코 야구 대표 선수들을 '광신도'라고 부른다. 야구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족과 지내는 시간마저 포기하며 훈련한다"며 "이유는 단순하다.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WBC 1라운드 B조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출국하는 체코 대표팀
WBC 1라운드 B조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출국하는 체코 대표팀

[체코 야구대표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체코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WBC 본선 무대에 진출하며 새 역사를 썼다.

WBC 본선 출전팀이 16개에서 20개국으로 늘어난 덕이기도 하지만, 체코 선수들은 자신들이 성장했다고 믿는다.

프로 출신으로 대표팀을 구성한 스페인을 꺾으면서 자신감도 자랐다.

본선 무대는 더 높다.

미국 야구전문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는 WBC 본선에 출전한 20개국의 전력을 분석하며 체코를 19위로 평가했다.

체코는 한국, 일본, 호주, 중국과 B조에 속했다.

베이스볼아메리카가 20위로 평가한 '야구 약소국' 중국을 제외하면, 체코가 승리를 노릴만한 팀도 없다.

그러나 체코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체르벤카는 "야구는 0-0으로 시작한다. 우승 후보는 아니지만, 우리도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마는 "우리는 지는 걸 싫어한다. 이번 WBC에서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싶다"고 했다.

불모지에서 야구를 싹틔운 체코 선수들이 또 한 번 도전을 시작한다.

체코 선수들 대부분은 WBC 본선에 출전하고자, 휴가를 내고 3월 1일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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