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2사 1,2루 롯데 고승민이 역전 쓰리런 홈런을 쳐낸 뒤 홈에서 배성근과 포옹하고 있다. 2022.5.2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롯데 자이언츠에서 야수와 투수로 뛰며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한 배성근(28)이 유니폼을 벗는다.
롯데 구단은 31일 배성근이 은퇴를 결심했다며 "사정이 어려운 2군 선수들을 위해 1천만원 상당의 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울산공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4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배성근은 2019년이 돼서야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내야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배성근은 지난 시즌까지 1군 141경기에서 타율 0.180, 33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1년에는 투수로 잠시 전향해 2경기에 등판했고, 작년에는 다시 야수로 1군 22경기에서 타율 0.128에 그쳤다.
대신 퓨처스리그에서는 유망주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퓨처스리그 통산 타율 0.263에 홈런은 16개를 때렸고, 2020년에는 타율 0.294에 4개의 홈런, 37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1군에 올라오면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로 했다.
배성근의 2022시즌 연봉은 4천200만원이었다.
한 번도 고액 연봉을 받아본 적 없는 선수가 은퇴하면서 후배들에게 1천만원이 넘는 액수를 기부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롯데 구단은 "2군 생활이 얼마나 고된지 알고 있기에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기부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배성근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 은퇴를 고민한 지는 오래됐다. 작년에 2군에 오래 있으면서 결심했다"면서 "개인적으로 자이언츠의 유격수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로 전향한 것도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발버둥이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2주 전 결혼해 가정을 꾸린 배성근은 향후 계획에 대해 "공부를 하며 준비할 계획이다. 야구와는 무관한 일이며, 부산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를 결심한 것도 2군에서 땀 흘리는 후배의 어려움을 이해해서다.
배성근은 "배트나 장비를 사기 어려운 처지의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서 "9년 동안 부산에서 야구를 하면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방법이 이것뿐"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