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순조로운 출발을 이끄는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슈터 전성현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로슨은 캐롯이 10일 홈인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를 102-92로 격파하는 데 선봉에 섰다.
1쿼터에만 17점을 몰아친 로슨은 승부처마다 득점을 쌓으며 28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경기 후 로슨은 20득점을 지원한 전성현을 향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슈터 중 두 손가락, 아니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칭찬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캔자스대 출신인 로슨은 전미 우수고교농구선수인 '맥도날드 올 아메리칸'에 선정되는 등 경력이 출중한 선수다.
미국프로농구(NBA)에는 입성하지 못했지만 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뛰었고, 우리나라보다 상위 리그로 평가받는 튀르키예(터키) 무대에서도 활약했었다.
"물론 슛 대결을 하면 내가 이긴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로슨은 "전성현은 정말 좋은 슈터"라고 호평했다.
전성현은 현재 매 경기 3점 3.3개를 꽂아 넣어 론제이 아바리엔토스(현대모비스)와 함께 이 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성공률은 아바리엔토스(39.2%)보다 전성현(41.1%)이 높다.
슈팅이 뛰어난 빅맨이라는 평을 받는 로슨의 3점 성공률은 아직 26.5%에 그치고 있다. 고양 오리온에서 뛰던 2020-2021시즌에는 36.1%를 기록했다.
멋쩍은 표정으로 이를 듣던 전성현은 "데이비드 사이먼과 함께 로슨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화답했다.
항상 경기 전후로 선수들의 아쉬운 점을 꼬집는 김승기 감독도 로슨을 향해서는 굳건한 신뢰를 보인다.
이날 경기 후 김 감독은 "로슨에게 내가 매일 '오늘도 네가 제 몫을 해줬으면 한다'고 사정을 한다. 우린 그렇게 합의해 매 경기에 나간다"고 웃었다.
로슨은 "감독님은 항상 농담을 자주 한다. 재미있는 사람"이라며 "감독님이 나를 믿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과 출전 시간을 나누는 로슨은 매 경기 21분 만에 뛰고도 16.2점 8.9리바운드를 올리며 김 감독의 믿음에 답하고 있다.
이런 로슨의 활약에 개막 전 약체라는 평을 듣던 캐롯은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치며 원주 DB와 공동 2위에 자리해 있다.
1위 자리가 욕심날 법도 하지만 로슨은 "아직 시즌 초반이다. 한 경기씩 풀어나가겠다"며 "4라운드는 돼야 1위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성현도 "정말 1위를 하고 싶지만, 당장 다음 경기부터 잡아야 한다"며 "우리는 매 경기가 정말 소중하다.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내가 언제 이렇게 큰 역할을 받아서 농구를 하겠나. 요즘 정말 즐겁다"며 "사실 견제가 너무 심해져 하루하루가 전쟁 같고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한 농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