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00년대 후반 KBO리그를 호령했던 'SK 와이번스 왕조'의 외야 한복판을 지키던 주인공은 김강민(40)이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력한 어깨를 뽐내며 '짐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그도 시간이 흘러가며 조금씩 야성을 잃어갔다.
그사이 팀은 2021년부터 SSG 랜더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그 해부터 김강민은 후계자인 '아기 짐승' 최지훈(25)에게 주전 중견수 자리를 넘겨줬다.
불혹을 넘긴 올해는 완전히 백업 중견수로 뛰고 있지만, 승리의 냄새를 맡는 '짐승'의 본능만큼은 여전했다.
팀 역사상 5번째, 그리고 SSG로 팀 이름을 바꾼 뒤에는 첫 번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 트로피를 팀에 선사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김강민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6차전이 끝난 뒤 기자단 투표에서 77표 가운데 42표를 얻어 최정(21표), 윌머 폰트(14표)를 제쳤다.
김강민의 이번 한국시리즈 성적은 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이다.
그가 때린 홈런 두 방, 특히 5차전에서 때린 대타 끝내기 홈런은 SSG의 왕좌 제패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차전에서 5-6으로 끌려가던 9회 대타로 등장해 극적인 동점 솔로 아치를 터트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40세 1개월 19일)을 세웠던 그는 5차전에는 2-4로 뒤처진 9회말 무사 1, 3루에 다시 타석에 섰다.
그리고 키움 최원태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왼쪽 담을 넘기며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대타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7회까지 0-4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던 SSG는 8회 최정의 홈런, 9회 김강민의 홈런 덕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흐름을 잡았다.
8일 6차전 역시 벤치에서 대기하던 김강민은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경기에 투입됐다.
4번 타자 우익수 한유섬이 3회 주루 도중 허벅지를 다쳐 경기에서 빠진 것이다.
김강민은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대신 깔끔한 중견수 수비로 외야를 물 샐 틈 없이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