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절친한 후배 강백호(22·kt wiz)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이 열리는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정후는 "백호가 우승을 확정한 경기에서 결승타를 쳤다. 참 부러웠다.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백호에게 축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고맙다는 답이 왔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전날(10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치른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6회초 좌전 적시타를 쳤다. kt는 강백호의 결승타로 1-0으로 승리하며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강백호는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정후는 "다른 kt 선배들도 멋지게 활약하셨지만 강백호의 활약도 대단했다"고 후배를 향해 진한 축하 인사를 했다.
그러나 부러움에 사로잡힐 시간이 없다.
이정후는 당장 1일 5위 키움이 4위 두산에 패하거나 비기면 올해 가을 무대에서 퇴장한다.
지난해에도 키움은 5위로 WC를 치렀고, 당시 4위 LG 트윈스에 패해 쓸쓸히 물러났다.
이정후는 "지난해와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팀이 2위 경쟁을 하다가 마지막에 5위로 밀렸다. 올해에는 힘겨운 상황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5위로 올라섰다"고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매 경기를 단기전처럼 치른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 이정후는 29타수 16안타(타율 0.552), 2홈런, 12타점의 맹활약으로 키움의 극적인 5위 도약을 이끌었다.
올 시즌 전체 성적도 매우 좋다.
이정후는 올해 타율 0.360으로 타격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에 올랐다.
그의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타격왕(타율 0.393)에 등극했다.
이정후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 기분 좋았다. 가족들도 정말 좋아했다"며 "(10월에 작고한) 할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타격왕의 기쁨도 잠시 잊으려고 한다.
이정후는 "지금 중요한 건,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마침 오늘 (단계적 일상 회복 지침에 따라)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오신다. 많은 관중이 오시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를 얻는다. 그 기운을 받아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