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에서 3년 만에 20승 투수가 사라졌다.
정규리그 19경기만 남긴 26일 현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우완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16승(5패)을 거둬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린다.
남은 경기에서 뷰캐넌이 1승을 보태 다승왕을 확정하더라도 최다승은 17승에 머문다.
KBO리그에서 20승 미만의 투수가 다승왕을 마지막으로 차지한 건 2018년 18승의 세스 후랭코프(전 두산 베어스)가 마지막이었다.
KBO리그를 평정한 두산 출신 조쉬 린드블럼(2019년 20승), 라울 알칸타라(2020년 20승)가 차례로 미국, 일본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압도적인 투수가 종적을 감춘 결과가 다승왕 수치로 이어졌다.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15승), 드루 루친스키(NC 다이노스·14승)가 뷰캐넌과 다승왕을 다퉜지만, 공수에서 팀 전력이 나은 뷰캐넌이 경쟁에서 앞서갔다.
10승 이상을 거둔 전체 투수의 수도 지난해 21명에서 13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들 중 국내 투수는 백정현·원태인(이상 삼성), 김민우(한화 이글스·이상 14승), 최원준(두산·12승), 고영표(kt wiz·11승) 등 5명뿐이다. 위기의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단면이다.
국내 투수들의 독무대인 세이브 부문은 8년 만에 가장 실적이 좋다. 일본, 미국 생활을 접고 돌아온 '돌부처' 오승환(삼성) 덕분이다.
오승환은 44세이브를 수확해 9년 만의 구원왕 등극을 확정했다. 40세이브 이상을 거둔 소방수가 등장한 건 2013년 손승락(당시 넥센 히어로즈·46개) 이래 8년 만이다.
오승환을 필두로 김원중(롯데 자이언츠·34개), 정해영(KIA 타이거즈·32개), 김재윤(kt·31개) 등 4명의 마무리 투수가 30세이브 이상을 거둬들였다. LG 트윈스 고우석도 1개만 보태면 3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30세이브 이상 수확 투수가 이렇게 많은 것도 2012년(5명) 이래 9년 만에 최다다.
외국인·토종을 막론하고 선발 투수진의 기량이 예년보다 떨어지다 보니, 불펜에 기대는 야구가 2021년 KBO리그를 지배했다. 강한 필승 계투조를 이루는 동료 구원 투수들 덕분에 뒷문을 잠그는 투수들이 개인 기록을 살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