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어제 경기를 했던가,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포스트시즌 같은 '낮 경기'를 치르고, 야간 경기에 나선 이강철(55) kt wiz 감독은 '오래 쉬다 나온 기분'이라고 했다.
정규시즌의 승부처가 될 수도 있는 경기에서 승리한 덕에, 이 감독은 안도감을 느꼈다. 만약 패했다면, 전날 경기의 모든 순간이 한 시간 전처럼 떠올랐을 수도 있다.
1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낮 경기를 한 다음 날 야간 경기를 하니, 오래전에 경기를 치른 기분"이라고 했다.
kt는 10일 잠실 LG전이 비로 취소되자, 한글날의 대체 공휴일인 11일 월요일 오후 2시에 다시 LG와 만났다.
KBO리그에서는 낮 경기를 치른 뒤, 다음 날 야간 경기를 치르는 일이 드물다.
일요일 오후 2시에 경기를 치르면 하루 쉬고서 화요일 오후 6시 30분에 경기를 치르는 게 일반적인 일정이다.
11일 경기는 오후 5시 43분에 끝났고, kt는 23시간 47분 뒤인 12일 오후 6시 30분부터 경기를 치른다.
사실 이 감독에게 '푹 쉬고 온 느낌'을 준 건, 휴식 시간보다 '중요한 경기에서의 1승'이었다.
1위 kt는 2위 LG에 2.5게임 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11일 맞대결을 했고 4-2로 승리했다. kt와 LG의 격차는 다시 3.5게임으로 벌어졌다.
이강철 감독은 "어제(11일) 승리의 의미는 크다. 어제 패해서 LG에 1.5게임 차로 쫓겼다면 부담이 더 컸을 것"이라며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했다.
2015년 1군 무대에 합류한 kt는 하위권을 맴돌다가,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kt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1위 싸움이 처음인데, 선수들이 정말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감독도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
올 시즌의 승부처라고 판단한 11일 LG전에서 이강철 감독은 적극적인 투수 교체로 승리를 지켰다.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5⅔이닝 7피안타 2실점)에 이어 주권(⅓이닝), 조현우(1이닝), 이대은(⅔이닝), 박시영(⅓이닝), 김재윤(1이닝)이 짧게 이어 던지며 3⅓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계투를 펼쳤다. 포스트시즌을 떠오르게 하는 투수 운영이었다.
이 감독은 "투수들이 알아서 몸을 풀며 준비하더라. 빠른 교체도 이해했다"며 "또, 다행히 어제 등판한 불펜 투수들이 모두 홀드를 챙겼다"고 웃었다.
큰 고비를 넘긴 kt에는 이제 여유가 생겼다.
토종 에이스 고영표(11승 5패 평균자책점 2.87)에게 짧은 휴식을 줄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가 조금 지친 것 같다. 로테이션을 한 번 빼줄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