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세계랭킹 7위와의 연장 승부에서 승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루키' 송가은(21)은 올해 신인상을 목표로 밝히며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송가은은 3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승으로 신인왕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서 기쁘다"면서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해 신인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송가은은 이날 최종 4라운드까지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호주 교포 이민지(25)와 동타를 이룬 뒤 3차 연장전 끝에 이민지를 따돌려 정규 투어 첫 우승을 신고했다.
31번째로 출전한 정규 투어 대회에서 이룬 첫 우승인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6승을 보유한 스타 이민지와의 명승부 끝에 나온 것이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민지에게 한 타 뒤진 2위로 시작해 4라운드 17번 홀까지도 2위였던 송가은은 마지막 18번 홀(파5)부터 반전을 만들어냈다.
핀을 제대로 공략해 만든 1.8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타를 줄여 파를 써낸 이민지를 따라잡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것이다.
1, 2차 연장전에서 파로 균형이 이어진 뒤 3차 연장전에선 바뀐 핀 위치를 정확히 노려 1m도 되지 않는 버디 기회를 잡아 이민지와의 접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161㎝의 키에 평균 드라이버 거리 232야드로 장타자는 아니지만, 정확한 샷이 짜릿한 역전 우승의 발판이 됐다.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도 돋보였다. 2차 연장전에서 세 번째 샷 실수로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최대 위기를 맞고도 흔들림 없이 다음 샷을 준비해 파를 지켜냈을 때가 특히 그랬다.
이 장면 외에도 그는 치열한 승부 속에서 감정의 동요를 거의 보이지 않았고,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경기 중과 크게 다름없는 미소를 유지했다.
"원래 기분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긴 한데… 속으로는 정말 기뻐하고 있다"며 웃어 보인 그는 "시작 전부터 떨렸고, 경기 중에도 긴장을 했다. '강심장'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경기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지와의 대결에 대해서도 "상대를 크게 신경 쓰며 플레이하는 편이 아니다"라며 "제 플레이에 집중해서 잘 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올해 KLPGA 투어 루키 중 첫 우승을 수확한 송가은은 신인상 레이스 1위로 치고 나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의 유리한 고지도 선점했다.
송가은은 "오늘의 경험을 통해 나중에 다시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게 되면 조금 더 편하게, 의연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배우고 이뤄야 할 것들이 많다. 계속 성장해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투어 최다 상금이 걸린 대회를 제패하며 상금 순위도 8위로 대폭 끌어 올린 그는 "상금으로는 아직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아버지께 차를 사 드리고 싶다"며 효심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