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용서받은' 송명근, 코트 복귀 임박…"배구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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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용서받은' 송명근, 코트 복귀 임박…"배구 그리웠다"

베링 0 242 -0001.11.30 00:00

군 복무 마치고, 빠르면 8일 '약 2년 만의 V리그 복귀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송명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송명근

(안산=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OK금융그룹 복귀를 앞둔 송명근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송명근(30·OK금융그룹)이 코트에 복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용서받는 것'이었다.

2021년 2월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송명근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며 프로배구 2020-2021시즌 잔여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송명근은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피해자는 송명근을 용서했고, "앞으로 응원하겠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학교 폭력 이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송명근도 마음의 짐을 다 벗지 못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서를 받고, 군 생활을 마치면서 다시 코트 위에 설 기회를 얻었다.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한 송명근은 5일 전역했고, 6일 민간인 신분이 됐다.

OK금융그룹은 곧 송명근의 '병역의무선수(군 복무) 만료에 따른 공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송명근은 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삼성화재와의 홈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송명근이 공식 경기를 치르는 건 2021년 2월 12일 현대캐피탈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역하기 전부터 송명근은 휴가를 얻어 OK금융그룹 동료들과 함께 훈련했다.

비공식 2군 경기인 '체이서 매치'(chaser match)에 출전해 실전 감각도 조율했다.

OK금융그룹 복귀 앞둔 송명근
OK금융그룹 복귀 앞둔 송명근

(안산=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전역을 앞둔 OK금융그룹 송명근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군 경기 격인 체이서 매치에서 서브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일에도 송명근은 대한항공과 체이서 매치를 치렀고,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났다.

송명근은 "휴가를 얻어 훈련한 시간이 꽤 되지만, 팬들 앞에서 경기(비공식 경기)를 하니 긴장감이 커진다. 비공식 경기임에도 팬들이 관전하시고, 응원도 해주셔서 마음이 찡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를 하는 동안에는 배구장에 오기 어려웠다. 휴가를 얻고 체이서 매치에 출전하면서 V리그 경기도 보게 됐는데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나도 살아남고자 코트에서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라고 생각하며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며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감회에 젖었다.

송명근은 V리그 남자부에서 손꼽히는 아웃사이드 히터였다.

2013-2014시즌 OK금융그룹 창단 멤버로 V리그에 입성한 송명근은 팀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015-2016시즌에는 베스트7에 뽑혔다.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송명근은 늘 OK금융그룹의 핵심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2021년 2월 과거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명근은 코트에 설 명분을 잃었다.

과거의 사건이라도, 송명근 자신이 꼭 책임지고 매듭지어야 할 일이었다.

코트에 서지 못한 지난 2년 동안 송명근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했다. 피해자도 마음을 열었다.

송명근은 "나는 학창 시절에 큰 잘못을 범했다. 내 잘못을 모두 인정한다. 정말 잘못했다"며 "피해를 입은 친구를 만나 사과했다. 고맙게도 그 친구가 '응원하겠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송명근(오른쪽)과 석진욱 감독
송명근(오른쪽)과 석진욱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다시 코트에 설 기회를 얻은 송명근은 입대 전 달았던 '1번'이 아닌 '77번'을 달고 뛰기로 했다.

새로운 1번의 주인은 후배 아웃사이드 히터 박승수다.

송명근은 "박승수에게도 1번은 의미 있는 번호일 것이다. 당연히 1번은 박승수의 것"이라며 "행운의 7이 두 개 있는 77번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전력상으로 송명근의 복귀는 OK금융그룹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경기 감각만 회복한다면 송명근은 여전히 V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로 뛸 수 있다. 95㎏까지 불었던 체중을 88㎏으로 줄여 몸도 날렵해졌다.

하지만 송명근은 "내가 당연히 주전이 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후배들이 정말 잘하고 있고, 나는 세터와 호흡도 맞춰야 한다"며 "경기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동시에 후배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몸을 낮췄다.

지난 2년 동안 느낀 많은 감정은 새 인생을 준비하는 송명근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송명근은 "밖에서 배구를 보면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떠올렸다.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행복하게 배구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고 했다.

여전히 송명근을 향해 싸늘한 눈길을 보내는 팬들도 있다. 이런 눈길도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이유로 승화한다면 송명근은 다시 행복한 배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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