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노렸던 '무적함대' 스페인이 이번에도 '승부차기 잔혹사'를 극복하지 못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승부차기에서만 네 번 패배한 팀이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스페인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까지 120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졌다.
1번 키커로 나선 파블로 사라비아가 골대를 맞추며 실축한 스페인은 2번 키커 카를로스 솔레르의 슈팅마저 야신 부누의 선방에 막혀 위기에 몰렸다.
3번 키커로 주장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나섰고, 부누가 또 한 번 몸을 날려 슈팅을 쳐냈다.
이후 모로코의 마지막 키커 아슈라프 하키미가 구석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 우나이 시몬을 속이면서 가운데로 가볍게 툭 차 넣으며 스페인을 도전을 좌절시켰다.
축구 기록 전문 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로써 스페인은 2006 독일 대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무릎을 꿇은 스위스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팀이 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개최국 러시아와 승부차기에서 쓴맛을 보며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역대 최다 승부차기를(5회) 경험하면서 가장 많은 패배(4회)를 당한 국가가 됐다.
단 한 번 거둔 승리는 아일랜드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웃은 2002 한일 월드컵 16강이다.
이 대회에서 스페인은 한국과 8강전에서 또 승부차기를 맞았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또한 스페인은 메이저 대회에서 3연속으로 승부차기 끝에 결선 토너먼트에서 탈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4강에서도 이탈리아와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이날 스페인은 점유율 63%를 챙기며 경기를 주도했다.
경합 상황을 뺀 모로코의 점유율은 20%로 스페인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이같이 공을 소유하며 공세를 폈는데도 스페인은 위협적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본선에서 가장 적은 전반 슈팅 수(1회)를 기록할 정도로 고전했다.
유효슈팅은 전반에 하나도 없었고, 120분간 혈전을 치른 경기 전체로 넓혀 봐도 2개에 그쳤다. 이마저도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후반 추가 시간 다니 올모의 프리킥이 골문으로 향하며 극적인 승리를 기대했지만, 몸을 날린 부누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파블로 사라비아의 슈팅마저 골대를 맞고 벗어나며 스페인은 결국 원치 않은 승부차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E조 첫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격파하며 기대를 모은 스페인은 3차전에서 일본에 1-2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결국 조 2위로 오른 16강에서도 옛 식민지였던 모로코에 덜미를 잡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지막 키커로 나선 부스케츠는 "우리에게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며 "승부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승부차기에서 결정됐다"고 힘든 심정을 털어놨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내가 승부차기 키커들을 골랐다. 경기장 안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었다"며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것이지만, 바꿀 수 있다면 상대 골키퍼 부누를 내보내고 다른 골키퍼를 거기에 둘 것"이라고 했다.
골키퍼 시몬은 "120분간 우리가 상대보다 우위였다고 생각하지만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내내 놀라운 일들을 일어나고 있다"며 "모로코를 상대로 탈락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고 이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