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세터 하승우(27)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의 애제자였다.
하승우는 2016년 10월 신인드래프트에서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은 뒤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다가 한국 최고의 세터였던 신영철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신영철 감독은 세밀한 손동작부터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전수하며 하승우를 키웠다.
무럭무럭 자란 하승우는 주전 자리를 꿰찬 뒤 2020-2021시즌 우리카드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에도 주전 세터 자리를 지키며 우리카드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우리카드의 터줏대감이었던 하승우는 지난 8월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우리카드는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삼성화재에서 뛰던 세터 황승빈을 영입했다.
하승우는 황승빈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하승우는 올해 컵대회에서 벤치를 지키다가 결국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데뷔 후 우리카드 유니폼만 입었던 하승우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15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우리카드전은 하승우에게 의미 있는 경기였다.
하승우는 이날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을 상대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사실 하승우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경기 수일 전까지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하승우의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우리카드전을 고대하던 하승우로선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터 김광국은 1세트 초반 크게 흔들렸고, 권 감독은 지체 없이 하승우를 투입했다.
스코어 2-7에서 코트에 들어간 하승우는 이를 악물고 최고의 기량을 펼쳤다.
아웃사이드 히터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의 공격을 적절하게 배분하며 상대 미들 블로커 라인을 허물었고, 신영석과 허를 찌르는 속공을 합작하며 공격을 지휘했다.
한국전력은 하승우의 활약 속에 우리카드를 3-1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경기 후 "하승우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고 칭찬한 뒤 "하승우는 아직 자신이 가진 실력에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 새 팀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제 기량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하승우는 담담하게 친정팀과 첫 경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경기를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다만 우리카드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파고들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돼 몸 상태는 그리 안 좋았지만, 권영민 감독님과 코치님이 도와주셔서 빨리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