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목전에 두고 이주노동자 착취 등 인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카타르 외교장관이 오히려 이를 서방 언론의 오보로 치부하며 비판론자들에 대해 "오만하다"고 역공세를 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싸니 외교장관은 6일(현지시간) 방송된 영국 뉴스 채널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오보'라고 표현하면서 "(서방국들이) 중동의 작은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론자들에 대해선 오만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성 소수자 차별 우려에 대해 "공공장소의 애정 표현은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금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카타르에서 남녀간 손을 잡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모하메드 장관은 월드컵 팬에 대해선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는 것이 허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의 뜻에 대해 그는 "손잡기는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경기장 건설 등에 동원된 이주노동자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수십명에서 수천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보상 기금) 3억5천만달러(약 4천931억원)가 투입됐다"며 "기금 집행에 문제가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장관의 이날 발언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자제 요청에도 영국 축구계 간부들이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할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영국과 웨일스 축구팀은 월드컵 경기 때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뜻을 담아 무지개색으로 칠해진 하트 문양을 담은 완장을 찰 것이라는 뜻을 표명해왔다.
FIFA는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싸고 인권 논란이 이어지자 최근 32개 참가팀에 서한을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축구에 집중하자"고 권고한 바 있다.
앞서 독일축구협회(DFB)의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지난 7월 여성·성 소수자 인권과 언론 자유 등을 거론하면서 "이번 월드컵이 가장 논란이 많은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