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김천 상무가 1부리그 무대를 밟은 지 1년 만에 2부로 내려간다.
개막 전 김천의 선수단 면면을 보면 '강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벤투호의 중앙 공격수로 성장한 조규성, 유럽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 권창훈에 중앙수비수 정승현, 박지수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해서다.
김천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상위권에 싸웠다. 5월 5일까지 개막 후 약 3달간 김천은 2∼6위를 오갔다.
10경기를 치른 당시, 울산 현대(승점 23)가 독주한 가운데 김천(4승 3무 3패·승점 15)과 2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는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김천은 제 궤도를 잃고 추락을 거듭했다.
정규라운드 최종전인 지난달 18일 인천전까지 22경기에서 3승 7무 12패에 그쳤다. 인천전 1-0 승리로 파이널 라운드에서 반등을 기대케 했지만, 이후 5경기도 4무 1패로 끝났다.
결국 12팀 중 11위로 마무리한 김천은 K리그2 2위 팀 대전하나시티즌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르게 됐고, 1·2차전 합계 1-6으로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을 8승 14무 16패로 마친 김천의 골 득실(-3·7위)만 보면 승강 PO까지 떨어질 게 아니었다.
7위 수원FC(-7), 8위 대구FC(-7), 9위 FC서울(-4), 10위 수원 삼성(-5)까지 김천 위의 파이널 B 팀 모두 골 득실에서는 김천에 밀린다.
그런데도 김천이 11위까지 처진 이유는 '한 골 차' 패배가 많아서다. 16번의 패배 중 5월 8일 제주전(1-3), 같은 달 21일 울산전(1-3), 이달 22일 수원전(1-3)을 제외하면 전부 한 골 차로 아쉽게 졌다.
올 시즌 김천처럼 두 골 차 이상 패배가 세 번 뿐인 팀은 3곳이 있었다. 1∼3위 울산 현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다.
이는 결국 김천에는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하거나 무승부를 승리로 바꿔 승점을 가져다 줄 '해결사'가 부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천이 상위권에 머물렀던 5월 초까지는 조규성이 이 역할을 해줬다. 당시 10경기에서 8골을 넣은 조규성은 인천에서 일본 프로축구 J리그로 떠난 무고사와 득점 선두를 다투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 조규성의 득점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5월 8일부터 전역 후 전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13경기에서 5골에 그쳤다.
이런 조규성마저도 전역을 앞두고 8월부터 휴가 등 사유로 출전하지 않으면서 해결사 공백이 심해졌다.
조규성을 빼면 김경민(7골)이 최다 득점자로, 이외 5골 이상 득점자가 없다. 올 시즌 5골 이상 득점자가 2명뿐인 팀은 인천과 김천뿐이었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았던 권창훈이 결국 K리그 복귀골을 신고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친 점이 아쉬웠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팀 특성상 골잡이의 빈자리는 더 두드러졌다.
무고사가 떠나며 전방 공백이 생긴 인천도 김천과 비슷한 악재를 맞았지만, 대체자로 영입한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8경기에서 4골 4도움으로 활약하며 시름을 덜었다.
이 8경기에서 4승 3무 1패를 거둔 인천은 승점 12를 챙기며 활력을 찾았지만, 김천은 이런 '외국인 카드'를 쓸 수가 없는 처지다.
또한 국군체육부대 특성상 전역자가 생겨 시즌 중 선수단 구성이 확 바뀌어버리는 어려움도 겪었다.
조규성 등 병장 선수 13명의 전역 전날인 지난달 6일 강원FC와 원정 경기 전 김태완 감독은 "지금 팀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라며 경기 중간에 신병들과 맞춰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팀에 합류한 이 '신병' 선수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간 파이널 라운드부터는 김천이 특유의 끈질긴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네 번의 무승부 중 세 번이 후반 끌려가던 중 만회골을 터뜨리며 균형을 맞춘 경우였다.
김천은 이제 이런 '근성의 축구'로 K리그2 팀을 상대한다.
연고지 문제로 '강제 강등'됐던 2021시즌 김천은 유일하게 K리그2에서 승점 70을 넘기며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였다.
상주 상무 시절인 2013시즌에도 처음 출범한 K리그2에서 승점 77을 쌓으며 별다른 위기 없이 승격을 확정했다.
최근 조영욱(서울), 유강현(충남아산) 등 1, 2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상무에 지원한 만큼, 김천은 또 한 번 강력한 전력을 갖출 전망이다.
김천이 이전 시즌처럼 다시 2부리그를 제패하고 1부로 돌아올지가 새 시즌 관전 포인트다.